안녕,
20대를 지나온 내가 참 신기해.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너무 많은 걸 선택해야 했잖아. 그 불안한 시간들 속에서도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가며 살아왔다는 게 대견하면서도, 돌아보면 마음이 먹먹해질 때가 있어.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가겠지? 우리 방식대로, 조금씩 해결해 나가면서.
요즘 나는 ‘내가 정말 가고 싶은 길을 가고 있나?’라는 질문을 자주 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이라도 내 마음이 시키는 곳으로 걸어가려고 해. 그리고 이런 선택이 흔들릴 때마다 든든한 누군가와 함께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새삼 느껴. 혼자였다면 아마 더 많이 방황했을 거야. 왔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멈췄다가, 다시 나서기를 반복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이제는 잘 보이지 않더라도, 저 멀리 내가 가고 싶은 길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아. 너도 그렇지 않아? 우리, 함께 그 길로 가보자.
최근에 작년에 쓴 회고록을 다시 읽었어. 그땐 20대를 마무리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그 기록들을 보니 마음이 좀 찡하더라. 나는 가만두면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이거든. 그래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가 소중한 사람들을 잊고, 멀어지고, 놓쳤던 기억들이 떠올랐어. 그때 처음으로 *‘나,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지.
내가 바라는 건 인생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 ‘참 잘 살았다.’ 그런데 만약 나에게만 몰두해서 혼자 달리는 삶을 살면, 그런 결론에 다다를 수 없을 것 같아. 아무리 많은 걸 이루고 손에 넣어도, 결국 허전하고 슬플 것 같더라고. 그래서 더는 혼자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어. 그 결심을 한 지 겨우 6개월밖에 안 됐는데, 돌아보지 않으면 또 잊어버리곤 해. 나란 사람이 그렇더라구. 그냥 내 갈 길만 가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웃음도 나고 반성도 하게 돼. 그래도 이제는 그 방향을 아니까 괜찮아.
남은 올해는 다시 삶의 방향을 다잡고, 주변을 더 많이 돌아보려고 해. 고마운 사람들을 기억하고, 내게 힘이 되어 준 관계들을 더 소중히 여기면서 말이야.
내가 이런 독백 같은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야. 아마 너도 비슷한 마음일까? 아니어도 괜찮아. 다만, 네가 나를 이해해 준다는 게 느껴질 때마다 참 감사해.
그러니 우리 같이 가보자. 앞으로도.
마음이가.